티스토리 뷰
목차
리락쿠마 탄생 비화 — 산리오와는 다른 회사였다
곰인지 사람인지도 모른 채 나타난 캐릭터, 어떻게 20년 넘게 사랑받았을까
지난 편에서 산리오 폼폼푸린의 이름 유래를 파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리락쿠마도 산리오 캐릭터 아니었나?"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이거 은근히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는 부분이더라. 헬로키티, 폼폼푸린, 마이멜로디는 산리오가 맞는데, 정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인 리락쿠마는 완전히 다른 회사 소속이었다. 이번 편에서는 그 오해를 스스로 풀어가는 과정을 정리해봤다.
산리오가 아니라 '산엑스'였다
리락쿠마를 만든 회사는 산리오(Sanrio)가 아니라 산엑스(San-X)라는 곳이다. 이름이 비슷해서 더 헷갈렸던 것 같다. 산엑스는 원래 문구 회사로 출발한 곳이라, 지금도 캐릭터 상품 중에 필통이나 노트, 메모지, 스티커 같은 문구류 비중이 유독 높다. 산리오가 처음부터 '캐릭터 라이선싱' 자체를 사업 모델로 키워온 회사라면, 산엑스는 문구를 팔다가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그 위에 얹힌 케이스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같은 '귀여운 동물 캐릭터'라도 회사의 출발점이 다르다는 게 은근히 재밌는 포인트였다.
리락쿠마는 원래 '간택된' 캐릭터였다
더 흥미로웠던 건 리락쿠마의 탄생 과정이다. 처음부터 "이 캐릭터를 밀어보자" 하고 기획된 게 아니라, 산엑스가 여러 캐릭터 후보를 한꺼번에 세상에 내놓고 그중 반응이 좋은 걸 골라 정식으로 상품화하는 마케팅 방식이 있었다고 한다. 리락쿠마도 그 후보군 중 하나였는데, 대중의 선택을 받아 정식 캐릭터로 살아남은 것이다. 2003년 9월, 그렇게 정식으로 세상에 나왔다.
이름에 담긴 브랜드 철학
이름 유래를 찾아보니 이것도 산리오 캐릭터들 못지않게 직관적이었다. '리락쿠마(リラックマ)'는 일본어로 '릴랙스(リラックス, relax)'와 '곰(クマ, 쿠마)'을 합친 이름이다. 즉 이름 자체에 '힘 빼고 편하게 지내는 곰'이라는 브랜드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는 셈이다. 실제로 리락쿠마 굿즈들을 보면 죄다 늘어져 있거나, 소파에 파묻혀 있거나, 아무 의욕 없어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는데 — 이름과 캐릭터성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는 게 새삼 신기했다.
혼자가 아니라 가족이 있었다
리락쿠마는 혼자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정식 데뷔 이듬해인 2004년 8월에는 동생뻘 캐릭터인 '코리락쿠마'가 등장했다.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아기곰이라는 설정인데, 이후로도 '키이로이토리'라는 병아리 캐릭터를 비롯해 세계관이 계속 확장되어 왔다. 처음엔 그냥 곰돌이 하나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름의 '패밀리'가 있는 캐릭터였던 것.
한정판 문화, 그래서 자꾸 사고 싶어진다
개인적으로 캐릭터 굿즈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산엑스가 리락쿠마를 파는 방식 자체가 수집욕을 아주 잘 자극한다는 점이다. 몇 달에 한 번씩 새로운 '테마'로 상품 라인업이 통째로 바뀌는데, 특별히 인기 있는 경우가 아니면 지난 테마 상품은 그대로 단종되어 다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 안 사면 다시는 못 산다"는 압박감이 자연스럽게 생기고, 이게 오히려 팬층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 같다. 문구 회사 출신답게 마케팅 감각도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